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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2] 마음이 아픈 아이 소영A 본문

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10.6.22] 마음이 아픈 아이 소영A

analogcafe 2010. 6. 28. 09:31

오늘 2학년은 4,5,6,7교시가 사랑의 교실 수업이었다. 마지막 두시간은 최인아 선생님과 바느질을 하는 시간이었다. 정보부에서 다른 업무를 하다가 마지막 시간이 되었기에 사랑의 교실에 들렀는데,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표정이 사뭇 이상했다.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수업중이신 최인아 선생님께 물었더니 선생님께서도 아이들이 많이 예민해 보인다고 하신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들을 안한다. 그 사이 무엇인가 불만에 차 보이는 은선이 얼굴이 보였다.

은선이에게 물으니, 소영A이 말리느라 수업에 늦었는데 그걸로 최인아 선생님께 혼이 났단다. 그래서 억울하다고...

소영A한테 무슨일이 있었길래 소영A를 말렸냐고 물어보니 아이들이 모두 "소영이 무서워요, 소영이 이상해요" 한다.

일단 심상치가 않아서 소영A를 교사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그냥 화가나서 그런것 뿐이란다.

그리곤 내용을 말하지 않는다. 답답한 표정으로 눈물부터 흘린다. 같이 있었다던 아름이와 은선이를 불러 쉬는시간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더니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쉬는 시간 가사실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소영이가 죽고싶다고 하면서 물건을 던지려고 하여 아름이와 희정이 은선이가 말렸다고 한다. 그러자 부엌칼을 들고 죽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 아닌가... 은선이가 놀래서 찬물을 떠서 소영이를 먹이며 진정을 시켜 겨우 달랬다고 한다.

 

오늘 일어난 일의 원인은 일단,  3학년 언니들이 UCC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2학년 친구들에게 몇가지 질문이 담긴 질문지를 주었는데 3학년 언니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소영A가 그것이 쓰기 싫었던것, 최인아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타이르며 언니들한테 예의 없이 굴면 안되며, 그것은 동생들이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에 2학년인 너희들도 3학년이 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으니 동생들에게 본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말씀에 수긍하고 설문 작성을 잘 했는데 끝내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소영이가 분에 못이겨 그런 행동을 했던것, 3학년 상희, 영화라면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소영이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가끔씩 울며 불며 난리를 칠 정도로 사이가 안좋은 것은 이미 아는 바였지만 오늘과 같은일이 일어난 것은 가히 충격에 가까웠다.

 

본인에게 사실 확인을 하니, 소영A자신도 그것이 맞다고 한다. 순간 가슴이 답답해 왔다.

아...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일단 숨을 크게 쉬고... 소영이 한테 말했다.

"소영아... 이것은 선생님이 혼자 해결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아버지를 오시라고 해야겠다. 널 혼내려는게 아니라 널 도와주려는 것이니 마음을 가라 앉히거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다."

 

최근 들어 소영이의 감정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서 안그래도 아버지와 전화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음악치료를 다니기로 하고, 아빠와 오빠 그리고 소영이까지 같이 할 수 있는 가족치료상담도 진행하기로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소영이의 정서상태는 중학교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예민하고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1학년때는 그래도 잘 지냈었는데 사춘기가 깊어지면서 점점더 예민해 져서 아버지와 오빠와의 관계도 극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 모두가 상담을 해서라도 관계를 회복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제안을 해 둔 상태였다. 물론 아버지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고, 그러던차에 소영이가 이런 일을 벌인것이다.

 

일단 사랑의 교실 선생님들과 이 상황에 대한 논의를 했다. 아이의 상태가 많이 불안하니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하교시간 무렵에 일어난 일이라 5시경에 아버지께서 학교로 오셨다.

최근 소영이의 상태에 대하여 더 깊게 대화를 나누었다. 아버지께서도 적극적으로 아이의 상태에 대해 고민하고 계셨다.

일단 소영이 상태가 많이 불안한 상태니, 가정에서 안정을 취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치료가 되지 않으면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것도 인정을 하셨다.

소영이의 아버지는 소영이를 아주 많이 아끼시는 좋은 아버지시다. 오늘 일로 충격을 많이 받으신 듯 했다.

모든 것을 아버지 혼자 해결하고 감당하셔야 하는 소영아버지께서 마음 아파 하시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아팠다.

장애인 가족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도와줄 제도적인 장치가 정말 절실하게 느껴졌다.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한 경계선급 특수아동에게 우울증이라는 것은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성인이 되기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겨우 일년 반...

슬기롭게 이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마음이 참으로 갑갑하다.

나에게 더 많은 지혜와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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