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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5] 용기와 자신감 키우기 본문

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10.6.25] 용기와 자신감 키우기

analogcafe 2010. 6. 28. 09:33

오늘은 금요일, 늘 그렇듯이 현장학습을 하는 날이다.

넷째주 금요일은 사당동 흙만지는 아이들이라는 도자기 공방에 가는 날이었다.

작년부터 열번 넘개 다녀간 토우공방, 이제는 혼자 찾아오는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지난달 5월 넷째주에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짝을 맞추어 공방까지 스스로 오도록 과제를 주었다.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고 또 버스까지 갈아타야하는 길이라 아이들은 내심 긴장하는 얼굴들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가지라고 여러번 이야기 하며,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까지도 여러번 공부를 시켰다. 주변의 이정표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법 등을 설명하며 연습도 했다. 결국, 총신대입구역 지하철역까지 오는 것을 목표로 했던 그날, 아이들은 모두 해내고 말았다. 지하철 역을 지나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모두 공방까지 알아서 오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나는 한 일주일을 산 것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침시간 두시간이 어찌나 긴지 아이들이 공방에 모두 모일때까지 내 머리속은 스트레스로 가득차 있었다.

 

일주일이 흘렀다. 자신감이 생긴 아이들은 그 다음주에 있었던 남산 현장학습때에도 동국대입구역까지 알아서들 찾아와 주었다. 물론 현장학습 전날은 무척 분주했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보다 내가 더 분주했던 것 같다. 지하철 노선도를 외우고 또 외우고, 짝을 새로 짓고, 자신 없어 하는 친구들을 점검하여 도움을 받도록 지도하였다. 그 다음주 현장학습은 한참이나 먼 롯데월드였다. 잠실역까지 아이들끼리 오라고 하는 것은 무리 일것 같아서 나는 아이들에게 공덕역에서 모여서 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감에 찬 아이들은 우리끼리 갈 수 있다고 우겨댔다. 어떻게 갈거냐고 했더니 오히려 나에게 설명을 해 주며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난 아이들의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이런 노파심이 아이들의 능력을 세워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끝에 아이들의 의견대로 하기로 하였다. 자신 없는 친구들은 영진이와 예진이는 내가 만나서 데리고 가니까 공덕으로 오라고 몇번을 일러 준 후 종례를 마쳤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 받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먼저 가서 기다릴 곳을 물색한 후 나에게 문자를 넣으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진짜로 내가 도착하기 전, 롯데월드 입구 만남의 쉼터라는 곳을 찾아 나에게 연락을 하였다. "선생님~ 만남의 쉼터로 오세요~~~" 그날 아침은 토우공방때보다 더 머리가 아팠었다. '과연 이놈들이 생전 처음가는 길을 잘 찾아올까...'  하지만 아이들은 잘 해 주었다.

 

그렇게 한달이 가고 다시 도자기 공방에 가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각자 따로 오겠단다. 자기 혼자 가보고 싶단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혹 사고가 날까 싶어 나는 아이들을 설득해서 적당히 짝을 짓도록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열시까지 공방으로 오라고 했는데 어제저녁 공방 가는길을 여러번 점검하던 은선이가 공덕역으로도 오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가지도 않은 것이 아닌가,,, 은선이는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나는 많이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무척 일찍 나갔다고 하시는데 대체 어디에 가 있는 것인지 말이다. 아이들한테 전화가 올때마다 은선이 만난적 있냐니까 모두 모르겠단다. 묵직한 마음으로 공방에 도착했는데 거기 이미 은선이가 와 있는 것 아닌가, "은선아~ 너 혼자 왔어?" 하니까 "네~" 그런다. "몇시에 왔니?" 하니 "아홉시요" 한다. 공방 문도 안열려 있어서 혼자 기다렸단다. "왜 그렇게 일찍 나왔어? 그것도 혼자" 그랬더니 "길 잃어 버릴까봐요" 한다. "근데 왜 혼자왔어?"했더니,"혼자 해 보고 싶어서요" 란다.

 

갑자기 마음이 쿵~ 했다...

아~ 내가 지금껏 무엇을 한 것인가? 내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주겠다고 노력한 한 달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도 혼자 무엇인가를 해 내길 갈망하고 있는 아이들인것을 말이다.

항상 보호자의 손길안에서 그 욕구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 생활에 길 들여져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이건만, 나는 우습게도 지금껏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생각해 왔던 것이 아닌가?

우리 아이들은 원치 않는 보호를 받을 때도 있고, 늘 보호자의 불안감 안에서 스스로를 조절해야 하는 생활을 하기에 정작 해야 할 일들 앞에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음에도 진정 마음으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자신감 없는 행동은 우리가 그들에게 만들어 준 것인데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가르치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아이들의 능력을 진심으로 믿어주지 못하면서 감히 내가 어떻게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해 보니, 나는.

내마음이 불안한 것이 싫어서 아이들의 능력을 많이 낮추어 평가 해 왔던 것 같다.

오늘도 나의 아이들은 나의 스승이 되었다.

나를 다시금 용기 내게 하였으니 말이다. 아마 앞으로도 여전히 많이 불안하고 걱정이 되겠지만 그래도 오늘의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낼 것이다.

아이들만큼이나, 아니 그이상으로 나에게도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것을 아이들은 나에게 행동으로 알려주었다.  

아이들의 능력을 믿고 키워 줄 수 있는 교사로서의 용기와 자신감, 그것이 아이들을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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