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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25] 사랑만한 약은 없다. 본문

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10.6.25] 사랑만한 약은 없다.

analogcafe 2010. 6. 28. 09:50

지난 화요일 있었던 사건으로 소영A는 수요일과 목요일 학교를 오지 못했다. 집에서 어쩌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나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현장학습인 오늘은 또 어쩌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이번주까지는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때문에 이번주 안에 얼굴을 꼭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고민이 되었다. 이놈 성격으로 보아 아마 완전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학교도 안오겠다고 버티고 있을 것이 눈에 선했다. 시험기간엔 그놈 마음을 풀어줄 마땅한 방법이 나오질 않기 때문에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다시 학교로 돌아올 멍석을 깔아 줄 방법이 필요했다.

 

마침 다른아이들과 현장학습 마치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을 해 둔것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소영이도 같이가는 것은 어떠냐 물었다. 그 소리를 듣고는 아이들 모두 갑자기 소리를 높혀 "네~!"라고 대답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소영이가 없는 동안 아이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따듯한 마음이 참으로 기특했다.

 

근데 문제는 소영이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놈 성격에 쉽게 버티기를 풀 놈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센 고집이었다. 마음은 학교에 오고 싶은 마음이 굴둑같으면서도 전학을 가겠다느니 하면서 튕기기 시작한 김소영이었다. 결국 소영이 아버지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고 공방 실습을 했다. 그리고 2시에 공덕역에 도착했는데, 우려했던데로 소영이는 와 있지 않았다. 아이들은 소영이가 없다고 난리들이다. 전화 안받는다고 서로들 삐져서 다들 입이 옥토처럼 나왔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떻게할까? 소영이 올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그냥 갈까?" 했더니 이 예쁜 놈들이 모두 소영이 올때까지 기다리잔다. ㅋㅋ 결국 다시 소영이 아버지한테 전화를 해서 소영이와 겨우겨우 통화를 했다. 전화기를 들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소영이에게 나는 "친구들이 모두 너 올때까지 기다린단다. 밤을 샐지도 모른다고 전하란다. 선택은 니가 하거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내가 지는 승부수를 둔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기다리기로 한 아이들에게 신라명과에서 빙수를 한그릇씩 먹이고 소영이에게 문자세례를 날리자라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서로 문자를 넣어대며 소영이를 불러댔다. 문자와 전화를 수십통씩은 한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아름이에게 답장이 들어왔다. "가고 있어~" 결국 한시간을 기다린 뒤에 소영이를 만나는데 성공했다.

 

뻘쭘한 얼굴로 나타난 김소영~! 그래도 제발로 나타난 것이다. 아이들은 춤을 추듯 끌어 안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는 이제 진짜로 떡볶이를 먹으러 가잔다. ㅎㅎㅎ 소영이 얼굴에도 어느덧 미소가 번진다. 학교앞 김밥천국까지 걸어가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뭐가 그리 좋은지 팔짱을 끼어가며 걸어가는 아이들... 언제 그랬느냐 하면서 소영이 얼굴이 환해진다. 점심도 안먹었다는 소영이를 위해 아이들이 비빔냉면을 시켜준다. 그리고 서로 떡볶이랑 김밥을 먹여줘가며 애정공세다. 소영이의 마음이 눈녹듯이 녹아내리는 것이 보였다. 친구들을 만난 소영이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나는 잠시 틈을 둔 사이 "시험기간에 일찍와서 자전거 타기로 했는데 너도 올래?" 하고 물었다.

배시시 웃으면서 "네~" 한다.

그래 "열심히 배워라" 하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는 "나는 소영이를 믿는다. 그리고 나는 네 편이란다."라고 정확하게 말해 주었다. 쑥스러운 듯 웃는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소영이는 다시금 평안을 찾았다.

소영이 본인에게도 지난 며칠은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헤어지고 소영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아버지께서는 병원상담날짜를 받아 놓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꾸준히 치료를 하시겠다고 하셨다.

사랑이 고파 생긴 병이니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약이리라.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는 친구들이 있는 사랑의 교실이 너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참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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