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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이야기/교단일기

고딩 축제의 추억을 남기다

analogcafe 2010. 9. 8. 10:51


우리학교는 은행제라는 가을 축제가 있다. 은행나무가 유독 많아 가을이 되면 노란 단풍이 학교를 아름답게 수 놓는다.  조금 이른 듯 하지만 올해는 지난주 금요일인 3일날 은행제가 있었다. 그날의 공연을 위해 방학동안에도 나와서 연습하는 아이들을 볼 수 가 있었다. 1학년은 매년 은행제에서 탈춤 경연대회를 하는데 학년전체의 축제겸 행사, 그리고 수행평가로 이어진다. 2학년은 같은 시간에 운동회로 큰 운동장 전체를 뜨겁게 달군다. 그리고 오후에는 각종 공연이 줄을 잇는데 동아리 활동으로 연습한 공연과 이웃학교의 초대공연 그리고 "서울림가요제"라는 교내 가요제로 이어저 그 끝을 잇는다.

특수학급인 우리반은 지난해 까지는 평소 만들어 두었던 여러가지 작품을 가지고 전시회를 하는 것으로 축제에 참여했었다. 전시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도 많이 있었다. 평소 직업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축제 당일 아이들이 축제에 함께 참여하는 적극적인 활동으로는 좀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무대에 올라 한것 뽑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한구석이 허전했다.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다같이 신나고 즐거운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서였는지 올해부터 문화예술진흥원에서 사물놀이 강사선생님을 지원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사물놀이 악기를 사는데만 수백만원이 드는데도 우리 사랑의 교실 선생님들 모두 "당연히 사야지"라는데 마음을 모았던 기억이다. 다른 것을 줄여서라도 풍물을 가르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당장 악기를 사고 무용실 시간표를 확인하여 사물놀이 연습실을 확보했다. 

드디어 선생님이 오시고 우리들의 사물놀이 연습은 시작되었다. 처음 악기를 접하는 아이들은 채 잡는 법 부터 배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몇주가 흘러서야 겨우 장단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는데, 사실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덩덩쿵덕쿵"하나를 배우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던가... 여름방학을 마치고 바로 있는 은행제에서의 공연은 꿈도 꾸기 어려울 지경이었으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가능케 하였는가... 우리는 방학때도 나와서 연습을 하고 개학해서도 은행제 당일이 될때까지 날마다 남아서 연습을 했다. 공연이 일주일 남짓밖에 남지 않은 날까지도 웃다리 풍물놀이의 처음부터 끝을 한번에 다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과연 공연이 될까...라는 위기감이 왔지만 결국 아이들은 해 내고 말았다.

정말 멋지게 공연을 해 낸 아이들... 그것도 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공연으로 말이다.

그리고 끝까지 아이들을 믿고 이끌어 주신 풍물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기회를 통해 아이들은 다시한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아마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재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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