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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특수학급신문 만들기 - 또 한걸음 나아가다

analogcafe 2010. 9. 26. 22:23

경계선급 지적장애 학생들의 신문만들기
지면 신문 7호와 함께 인터넷 신문 창간이야기

 http://loveclass.tistory.com

이번달부터는 종이신문과 함께 인터넷 신문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1. 1학년 친구들이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지면에 다 실을 수 없을만큼 글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2. 종이신문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의 보완
 3. 좀 지루해 질 법도 한 신문만들기에 좀 더 동적인 부분이 필요했으며
 4. 덧붙여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더 많이 길러주어야 했다.
 5. 그리고 시공간의 제한을 풀어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언제든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아이들과 인터넷 신문만들기의 시작은 이러했다.
(나는 동기 유발을 통한 자발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에 어떤 경우에든 해야 할 일들을 그냥 제시해 주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동기유발이 되고 자발성이 생기면 그 어떤 것도 해 낼 수 있는 것이 인간인지라 우리 아이들 또한 그 믿음을 절대 저버리지 않는다.) 

<다음은 토론의 대략적인 과정이다>
1. 종이신문에 다 싣지 못하는 글은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그냥 버릴 것인가? 아님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인가?
  => 모두 하나같이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단다. 버릴 수는 없단다.

2. 종이신문으로 보도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 오랜 생각들이 오가는 끝에, "동영상", "음악", "댓글"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정말 훌륭한 아이들이다.

3. 종이신문이 가지는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 
  => 인쇄하기 힘들다. 잉크값이 많이 든다. 잃어버리면 못본다. 모두에게 주지 못한다. 이러한 생각들을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발표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긴듯...

4. 그렇다면 1,2,3번을 모두 가능하게 할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 잘 떠오르지 않는 모양... 시간을 주어도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 그래서 조를 짰다. 교사와의 관계가 아닌 또래간의 소통을 통해 그 답을 알아 보도록 했다.
  => 카페가 제일 친숙했던 모양이다.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학급이 늘 쓰고 있는 것이 인터넷 카페이니만큼 그것이 효과적이리라 생각했을 듯. 그래서 나는 카페가 뉴스를 보도하기 어려운 점들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요약하면, 우리카페는 비공개 카페인데 그것이 신문의 역할을 하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공개하는 메뉴를 만들어 신문을 만들자는 것도 방법으로 등장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이 방법은 후보에 두자고 했다.)
   => 신문 지면을 늘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현재 2면인 신문을 3면으로 만들면 안되겠냐고...
      (2,3번은 어떻게 할거냐고 했더니... 다시 생각에 잠긴다.)
   => 쉽게 답을 찾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못했다.

5. 그래서, 우리가 보고 있는 일간지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알고 있는 신문사들을 이야기 해 보도록 했다. 그리고 종이신문이 없어도 뉴스를 보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 아이들은 바로 인터넷을 열었다.(시키지 않았는데...ㅋㅋ)
  => 그러더니 능숙하게 검색엔진에서 각자가 익숙한 신문사 이름을 넣고 찾아 들어간다.
  => 신문사 홈페이지에 접속들을 하더니 다시 생각에 잠긴다.
  => 자신이 없어 보이는 표정들이다.
      (인터넷으로 하면 될것 같기는 한데, 그것은 자신들이 할 재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6. 아이들에게 물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 홈페이지란다.
  어떤 역할을 하는 홈페이지냐? 무엇이 실려 있느냐? 좋은점은 무엇이냐? 라고 물으니
  => 기사와 광고가 실려 있단다. 동영상도 있단다. 아무데서나 볼 수 도 있단다.
  그럼 그것이 방법이 되겠느냐? 라고 물으니, 또 자신이 없어한다.
 
7. 그래서 실습용으로 만들던 개인별 블로그를 열어보도록 했다.
   블로그를 만들고 글이나 파일을 올리는 것이 어려웠는지에 대해 물었다.
   => 이제는 어렵지 않단다. 어떤 친구는 아직 어렵다고도 한다. 하지만 배우는게 싫지는 않단다.

8. 그리고 1인 미디어시대에 빠른 소식을 전하는 파워블로거들의 블로그를 제시해서 보여줬다.
   개인인데도 불구하고 신문사 그 이상의 수준인 멋진 블로그들이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지 그것을 찾아 제시해 주는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블로그를 통해서 신문을 만들자고 한다.
        "선생님 블로그로 해요~!"라고 소리도 지른다. 다들 들떠서 난리다.

9. 그럼... 이제 누구 블로그로 할거냐? 하고 물었다. 개인블로그를 신문 블로그로 꾸며야 하는데 자신의 블로그를 없애고 그렇게 할 사람 있느냐고 물었다.
  => 다시 조용해 졌다. 그건 싫단다.
  그럼 선생님걸로 할까? 그랬더니
  =>그것도 안된단다. 다같이 할 걸로 하잔다.
  아이디는 누구꺼?
  =>또 조용해 진다.

10. 이쯤되면 "팀 블로그 기능"을 가지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를 소개해 주어야할 타이밍이 된 듯하여 나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소개해 주었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1인이 여러개의 블로그를 만들 수도 있으며 팀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수 도있으며 메인페이지를 신문처럼 꾸밀 수도 있는 좋은 기능들이 많다. 대신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 티스토리 블로그를 보더니 티스토리로 하고 싶단다. 팀블로그로 신문반 아이들이 같이 관리하면 된단다. ㅋㅋ

11. 그래서 일단 내가 내 아이디에서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고, 초대장을 주어 티스토리 회원가입을 할 수 있게 만든다음 운영자와 부운영자를 뽑아 팀블로그를 꾸려가면 되겠냐고 했더니 그제야 다들 좋아라 한다.

12. 티스토리 관리자 페이지는 다음이나 네이버등의 블로그를 사용해 보던 아이들이 바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생소한 면이 있었다. 때문에 인터넷 신문 창간호는 내가 만들면서 그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다음달까지 팀블로그를 꾸릴 사람들을 정하면서 점점 더 스스로 해 나가자는데 합의를 했다.
   => 아이들은 다시 신나는 표정이다.

13. 그런데 나는 거기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인터넷신문만들기는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다. 이제 종이신문 뿐 아니라 인터넷 신문까지 같이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두배 이상 들 수 있다. 그것은 어찌 하겠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중간에 힘들다고 그만둘 량이면 아예 지금 하지 않는게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발행은 약속이기때문에 그 약속을 지켜야 하고, 이제 인터넷 신문까지 생기면 그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는 것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서 너희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사람이지 너희들의 활동을 결정하는 사람은 아니다. 결정은 너희들이 하거라. 결정이 끝나면 알려다오..."
   => 결론 : 힘들어도 하겠단다.
그런데 질문이 나왔다. "선생님 그럼 이제 종이신문은 안만드나요? " 
지금까지 같이 만드는 것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 왔지만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나는 무게를 두고 싶어졌다.
"어떻게 할래? 종이 신문은 만들지 말까? 부담이 많이 되면 그렇게 해도 좋아...그 결정도 너희들이 하거라..."
   => 선생님 종이 신문만드는 거 좋아요. 교실에 신문이 붙어 있는게 좋아요. 신문 배달하러 다니는 것도 재미있어요. 종이신문이 나오면 뿌듯해요. 계속 만들어요. (종이신문이 만들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없어질까봐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다들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

14.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신문이 될 블로그를 개설했고, 제목이 들어갈 이미지를 편집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그동안 약 1주일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사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쓰기로 한 기사와 사진들을 카페 신문만들기 방에다가 계속 올리고 있었다. 이제는 말 안해도 알아서들 한다. 어찌나 기특한지...

15. 드디어 카테고리를 정하는 날이 왔다. 인터넷 신문을 만들게 되었던 계기를 다시 생각해 보면서 어떤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하여 다시금 토론을 했다. 우리 신문의 카테고리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토론을 통해 수정과 보완을 여러번 거치며, 아이들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지적장애를 가졌다는 딱지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 하지만 그 아이들 안에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결국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서도 나는 궁극적으로 이것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어려울 때는 서로 머리를 맛대고 함께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는 능동적인 생활을 조장해 주는 것, 이것이 내 역할이라 여긴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는 주도적이면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적인 시민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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