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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19 기쁜 졸업이라고 하기에는 본문

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06.2.19 기쁜 졸업이라고 하기에는

analogcafe 2010. 6. 27. 21:10

어제는 우리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유, 초, 중, 고등 과정이 모두 병설되어 있는 특수학교의 졸업식은 조금 특별할 수도...
 
졸업식장... 교장 선생님 앞에서
유치원 졸업대표, 초등, 중등, 고등학교 졸업대표가 모두 실로폰 건반처럼 키대로 서서 졸업장을 받습니다.
그렇게 한 학교에 12년 넘게 다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친구들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유치원을 2년과정 다니고 고등학교 이후 전공과가 있는 학교에서 전공과까지 졸업해 버린다면
한 학교에 자그마치 16년을 다닐 수 있도 있는 것이... 특수학교의 모습입니다...
(유치원 졸업->같은학교 초등과정 입학-->졸업후 같은학교 중등과정 입학-->졸업후 같은학교 고딩입학...ㅋㅋ-->전공과 입학 -- 졸업... 켁 ~~)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때로합니다.
같은 문화에 너무도 길들여져 다른 환경에의 적응력을 키워가기 어렵다고나 할까요...
환경이 바뀌게 되면 어려움도 크지만 그만큼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도 키워지게 마련이니까요...
물론 전학도 가고, 졸업 후 다른 학교로 입학하기도 하지만 보통 6-7년씩 한 학교를 다니기 일수 입니다...
 
하여간 어제는 졸업식...
제가 몇년전 중학교 3학년때 담임을 했었기에 중학교를 제손으로 졸업시킨 아이들이
시간이 흘러 드디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몇몇을 빼 놓고는 모두 우리학교를 쭉 ~ 다닌 아이들입니다.)
 
문득 저의 어린시절이 기억났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졸업식...
요즘도 그러함이 없지는 않겠지만...
대학에 떨어진 친구들은 졸업식도 여간 괴롭지 않은 시간이었지요...
전기모집에 뚝 ~ 떨어져...
나의 갈길은 과연 무엇인가 하며 헤메고 있을때 치뤄진 졸업식...
졸업식 자체도 가고 싶지 않았던 그때가 기억나더군요...
부모님께서도 그다지 즐거운 눈빛없으시고...
명랑 발랄한 다른 친구들을 보며 속으로 눈물을 삼키던 그때...
 
우리 아이들의 슬픔을 무엇과 견주어야 하나.. 하면서
고작 생각해 낸 것이... 그정도 입니다...
후후~~
 
....
 
오늘 졸업하는 아이들은...
우리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어떤 마음이실까...
내가 어린시절 느꼈던 그 느낌과 과연 비교나 가능할 것인가...
말해서 무엇하나... 그걸 어찌 비교할까...
 
유, 초, 중, 고 졸업생들의 어머님들이 복잡한 강당 안에 뒤섞여 계시는데...
모두들 표정이 제 각각이십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졸업생 부모님들은 이쁘게 차려 입고 온 아이들이랑 사진찍으시기 정신없으시고
중학교 졸업생 부모님들은 사진을 찍고 즐거워 하시다 문득문득 고등졸업생들을 걱정어린 눈빛으로
마치 남의 일이 아닌 양 바라보시며 자기 아이들을 다시한번 훑어보십니다.
고등부 졸업생 부모님들은 사진을 찍어 주시다가도 자제하기 힘드신 듯 눈물을 글성이십니다...
그 표정 정말 가슴아픕니다...
그러다 선생들도 따라 눈물을 삼킵니다...
 
이땅의..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공교육을 마치고 사회로 나갈때의 그 심정은...
그를 바라보는 부모... 교사...
장애의 경중에 따라 느끼는 심정 또한 모두 다르고...
어떤 아이는 직장으로 어떤 아이는 주간보호센터로 어떤아이는 시설로...
어떤 아이는 복지관으로...
진로라는게 대충 그렇습니다...
아무데도 못가고 집에 있는 아이들도 생깁니다...
평생을 두고 악다구니를 하시다
시설로 보내시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물론 시설도... 조건 안맞으면 못보내구요...ㅠ.ㅠ
 
휴~~
참으로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믿음으로...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살지만..
현실에 있는 이들을 대하며
쓰라린 마음을 다스립니다...
 
이땅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매진 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 있기를...
그리하여 당당하게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현실적 지원이 단단해 지는 그날이 오기를...
장애가 심하여 일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편안한 잠자리와 도우미 그리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
그날이... 속히 오기를...
 
 
^^
장애아의 학부모님들도 힘을 내시고...
졸업생들을 보시며 기운빠지신 특수교사 선생님들께서도 힘을 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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