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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03.8.15 [감동멘트]선생님 안녕하세요?

analogcafe 2010. 6. 27. 11:23
요즘 날마다 밤새고 낮에 자는...
그야말로 올빼미 병이 다시 도졌다...
누구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유난히 밤에 일이 잘되는 습성이 있어서.. 방학이 되면 늘 밤낮이 바뀌곤 한다
특히 요 며칠은 집에 딱 붙어 있기로 작정한 날들이라 더더욱...~~
새벽 다섯시쯤 잠들면 한 열시쯤 일어나곤 하는데...
단잠을자고 있는 시간에... 전화밸이 마구 울리는 것이다...
아이구 누구야... 참~.... 속으로 내심 받을까 말까 하다가.. 전화기 뚜겅을 열어보니
엥... 학부모다...~~
에이구... 목소리 가다듬고... 에헴 기침한번하고... 마치 일찍 일어나 있었던 양...
가증을 떨며... "여보세요...~~" 했더니
"선. 생. 님.. 안. 녕. 하. 세. 요.~~"
헐~ 이게 누구야... 도무지 누군지...
영석이네 전화번호라 영석아버님이세요... 했더니
반복해서.... "선. 생. 님.. 안. 녕. 하. 세. 요.~~"
그러더니 바로 "2003년 8월 15일 광복절 독립의 날~프라이데이~~"
하는 것이다...
이제야 아하~ "이영석... 영석이니?~"
우리반 영석이는 아주 말을 잘한다... 발음도 정확하고...
또 만년 달력외우기가 특기라 어떤 날짜를 물어도 요일을 다 맞추고...
벼라별 기념일과 절기들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날짜에 관련된것을 말할때는 달력을 보는것 보다 영석이에게 묻는데
당연히 빠르다...
물론 이..자폐성향이라는 것 때문에 그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그런데 내가 오늘 아침 놀란 이유...
이친구는 절대 전화기에 대고는 말을 안하는 것이다...
전화를 좋아하기는 하나... 절대로 말을 안하는 것이다...
(내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보면 무조건 자기가 받는다..
자기가 받아서... 상대방 목소리를 듣고... 마음에 안들면 끊어버린다.)
지난학기에는... 내가 "여보세요" 소리 한번만 해보라고 애걸을 하였건만...
끝내 외면하는 영석이였는데...
오늘은 자기가 전화를 해서.. 광복절 인사를 한 것이다...ㅎㅎㅎ
이것저것 물었더니 대답도 잘하고... ^^
"선생님 영석이 많이 보고 싶은데 영석이는 선생님 얼마나 보고 싶어?"
그랬더니... "이만큼~" 한다... 나름대로 많이 말한거다 그정도면...
어머니 말씀으로는...
아침에 일어나더니... 혼자 나가 베란다에 태극기 걸고...
달력 보고... 어쩌구 하더니...
전화를 하길래.. 또 장난전화하나보다.. 하고 끊어라 했는데
전화기에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이런게 기쁨이다...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친구가 전화기에대고 말한 한마디...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진지하게... 안녕하세요에 대한 대답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 영석아 선생님 너무너무 안녕해... 영석이 맞어 정말?"
내가 4대 국경일을 강조해서 가르치긴 했다만...
이놈이 그걸 기억하고.... 태극기를 걸었단다...
그리고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 전화를 한 것이다...
기쁨이 두배가 되는 광복절 아침이다...
무척이나 설레이는 아침...
두근 거리는 가슴...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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