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카페 AnalogCafe

2003.5.8 비오는 수요일의 사치 본문

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03.5.8 비오는 수요일의 사치

analogcafe 2010. 6. 27. 11:08
오늘은 이상하게도 하루 왠종일 장대비가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일까...
예년 같으면 봄가뭄으로 모내기 걱정을 하고 있었을 것을...
올해는... 모가 썩어가는걸 걱정해야 한다니...
정말 이라크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이라도 되는 것인지...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이젠 정말 하늘이 우리에게 죄를 내리지나 않을지 정말 이젠 그런게 다 걱정된다...
하여간 각설하고...
밀알학교의 천장이 빗소리를 온세상에 울려퍼지도록 설계 된 덕분에...
4층에서 근무하는 나는.... 쏟아지는 장대 빗소리 속에 앉아 있다 그만
옛 사춘기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상념이라는 것에 빠져들고 말았다...
순간... 가슴이 마구 저려오는 기억들...
손끝 하나 까닥할 수 없게 만드는 우울함...
그 가운데에서도... 비가 많이 오니... 차 막히기전에 귀가해야한다는 압박감,..(다시 생각해도 이건 우습다)
이생각 저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어찌되었건 나는... 가방을 챙겨 주차장으로 향했다...
막연히 나선 퇴근길...
비는 역시 하염없이 내리고...
이미 사방으로 빽빽히 들어선 차들 사이에서...
드디어 나의 방황은 시작되었다...
어디로 갈까...
귀소본능처럼... 집으로 가는 길을 향하고 있는 나...
장대비가 나의 애마 유리창에 마구 부딪히고 있는데...
순간... 머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 것...
이형균...
맞다 형균이...
지금 형균이는 어디 있을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결국 나의 방황은 고작 10분도 채 안되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어제 아침 학교 오는길 어디론가의 방황을 시작한 형균이...
진짜 사춘기 소년 형균이가...
방황길에 오른지 만 24시간도 더 지난 지금...
대체 이 장대비속에서 뭘하고 있단 말인가...
또 어느 길거리에 쭈구리고 안자 있는건 아닌지...
누구한테 잡혀가지는 않았는지...
점심시간 형균이 할머니와 통화를 끝낸 후...
나도 오후나절 바쁜 업무속에서 그친구를 잠시 잊어버렸었던거다...
갑자기 비가... 두려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청평 이모님을 좋아한다는데.. 청평엘 갔을까...
아님 고속터미널...
아님 동대문...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 해도... 찾을 길이 없다...
형균이를 애타게 사랑하는 외할머니는 끝내 울음섞인 목소리로 나를 위로한다...
이일을 어쩐다...
비라도 내리지 않는다면...
인천 삼촌집으로 올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인천으로 가신 할머니...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꼭 그리로 올것만 같아요...
그 말 한마디만을 의지해야하는 현실 속에서...
난...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오늘은 유난히 잠이 오질 않는다...
벌써 몇번이나 겪은 일인데도...
오늘밤엔 유난히 조바심이 나는데...
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을꼬나...
...
...
... ...
순간... 때르르릉...
적막함속에 울리는 벨소리..
"여보세요..."
"선생님... 형균이 지금 막 들어왔어요... 비를 쫄~딱 맞고 왔는데 지금 화장실 들어 갔어요...
형균이 들어오자마자 전화 하는거예요...
선생님 정말이지... 이제 마음 놨습니다... 흑흑흑~~ "
할머님의 울음 소리...
...

나의 비오는 수요일과 우울함은...
이렇게 끝이났다...
그리곤 어느새... 퇴근길 떠올리던
나의...
사춘기 시절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분명 아까와는 다르다...
그시절 방황을 떠올리며...
이틀을 비속을 헤메며 떠돌아다닐지언정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 형균이를 생각해 본다...
보호하는것...
양육하는것...
가르치는것...
나에게 주어진 숙제의 레이아웃은 어디까지인가...
내가 이미... 교사가 된 이상...
경우에 따라 저 세가지 모두를 해야함을...
이 밤... 다시금 깨달으며...
뒷머리와 어깨가 뻐근해 옴을 느낀다...
그리고 무거운 추 하나를 가슴에 달아놓은양...
꼼짝을 하지 못하겠다...

....
... ...
밤이 깊어간다...
더더욱 또렷해지는 머리와...
아주 오랜만에 다시 다가오는 두근거림...
다행히도
마치... 내가 교사가되던 그때의 그느낌이 ...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듯하다...
고독과 함께 즐겨보고자 했던...
나의 방황은...
현실과 함께...
이것으로 끝이 나려나 보다...
후후...

목록 삭제 답변 수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