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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5.10 결국 집에 안들어가겠다고 본문

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03.5.10 결국 집에 안들어가겠다고

analogcafe 2010. 6. 27. 11:09
형균이가 할머니를 찾아... 인천으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 숨 돌린... 그 이틑날...
다시 한숨 섞인 할머니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야가 절대로 집에는 안가겠답니다...
내가 억지로 데리고 갈 재간이 없어요... 지난번처럼 집에 가는길 순간 도망가면
잡을 힘도 없고... 이일을 어쩌지요...?"
휴...~~
고민고민...
형균이가 대체 어떤 심정인지 알길이 없어...
난... 형균이와 통화를 해야겠다 싶었다...
평소엔 재잘대고 말도 잘하던 친구가...
어찌 수화기에 통 아무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형균아 집에 가지말고... 일단 그럼 선생님한테 오는건 어떠니?"
눈앞에서 다시 놓지고 말것같은 그 친구를 두고 나도 방법이 없었다...
집에는 보내야겠고....
그랬더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학로로 오겠다는 형균이...
그래서 다짐을 하나 받고는
(할머니랑 꼭 같이와야한다... 혼자 오면 나두 혼자 집에 갈거다)
형균이를 만날 준비를 했다...
에이구... 어떻게 타일러 집으로 보내나...
휴일이어서 그런지...대학로는 사람으로 밀려났다...
일흔이 넘으신 할머님... 인천에서 대학로까지 가슴아픈 손주녀석 데리고 오시느라
기운이 따 빠지시고...
그 와중에도 선생님 죄송해요 소리를 연발하시는데...
이거이... 어찌 해결을 해야할지...
억지로 집에 데려다 주는건 어차피 소용없는일...또 나올테니까...
할머니가 설득 못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하면 해 낼 수 있을까나...
이궁... 옆에 있으면 한대 콱 쥐어박아주고 싶은...
그 잘난 부모는 어디가 있단 말인가...
하여간... 난...
TGI로 갔다... 자리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한 5분기다리니... 우리가 앉을 만한 곳이 나왔는데...
할머님한테는 죄송스럽지만...
아무래도 형균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못가본 곳을 데리고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먹고 싶은거 뭐든 다 시켜라..."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형균이... 눈이 휘둥그래져가지구설랑...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휴~ 이런방법으로 되려나...
하여간...
거기서 긴긴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풀코스로 디져트까지 먹여가며 장장 세시간의 이야기 끝에...
조금은 마음이 풀린듯...
"선생님 차... 성균관대 안에 있는데 성대 구경갈래?"
그랬더니... 대학교 구경하는게 좋았는지... 얼른 그런다고 한다...
그렇게 꼬셔서... 겨우 차에 태워가지고...
개포동 집으로 향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기분이 좋은지... 재잘재잘...시끄럽기까지하다...
이렇게 명랑할 수가...
근데... 허~
무역센터 앞에쯤 왔을때부터...
이친구 다시 말 문을 닫는다...
집에 가는 길좀 알려달라고 해도...
길박사 도로박사인 형균... 묵묵부답...
집이 가까와 오고 있는것이다...
죽기 보다 싫은 아버지...아버지...아버지...
아버지만 없다면 자기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형균이...
정말 집에 보내는 수 밖에 없단 말인가...
휴~~
집근처에 올수록...
형균... 점점 더 굳어간다...
못내 떨기까지 하는데...
ㅜ.ㅜ
...
...
...
결론부터 말하면...
집에 들여보내긴 보냈다...
근데 답이 안나오는 게임이다...
차라리 그룹홈이나...
시설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든다...
시시때때로 천하에 도움이 안되는 부모들을 보면서...
정말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세상의 부모가 모두 자식을 사랑한다고 했던가...
하여간... 그이후...
형균이는 어제 오늘 결석하지 않고 다행이 학교에 왔다...
학습도우미 선생님 말씀으로는...
계속 나랑 저녁먹은 자랑을 한단다...
휴...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건지...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어떻게 준비해야할 것인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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