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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4.22 경동...경동... 우리 경동이 본문

학교이야기/교단일기

2003.4.22 경동...경동... 우리 경동이

analogcafe 2010. 6. 27. 11:03
우리반 인사맨 경동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등교했다...
인사성이 너무 좋은게 걱정이라서... 요즘은 경동이가 어쩌면 더 인사를 적게할까 그게 고민인데...
게다가 때때로 너무 반가운 나머지 사람들을 밀치고 다가올때가 많아 위험상황이 벌어지기까지해서
경동이의 인사 습관을 적당한 수준에 자리 잡도록 해 주는게 나에게 주어진 또하나의 과제다...
하지만 경동이는 하루 생활이 규칙적이고... 주변 정리도 잘되고, 성격도 깔끔해서 언제나 깨끗하고 단정한 학생이라 모두들 경동이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편이다...
근데... 말이다...
우리 친구 경동이에게는... 한 마디로 "고집"이라는게 남다르게 강한데...
한번 고집을 피우면... 에구궁... 난 정말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건 평소 일정한 자기 생활 패턴에 남들이 간섭만 안하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간 사설이 길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을 말하려다 이렇게 되었네...^^
우리반은 아이들 열셋에 보조교사 선생님, 자원봉사 그리고 나까지 열여섯식구가 밥을 먹는다...
오늘은 한명도 결석없이 다 오고 다 같이 밥을 먹었는데... 자리가 좀 모자라길래... 옆반 테이블에 경동이랑 원철이가 우리테이블에 옆으로 이어서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다...
근데 곧 식탁의 주인들인 2학년이 밥을 먹으로 들어오길래... 일찍 먹고 벌써 일어난 승철이 자리로 경동이를 오라고 했더니... 그친구 이유도 없이 거기서 고집을 부리는 거다...
딴에는 아마도 밥 먹다 말고 자리를 옮기는게 무척이나 싫었던 모양...
그래도 복잡해진 식당에 옆반 선생님께도 미안하고 해서... 우리반 보조교사 선생님께서 경동이에게 자리를 옮기자고 여러번 말하게 되었는데...
휴~~
그때부터 우는거다... 허거덩~~
잠시잠깐 고민을 하다가... 내린결론...
이렇게 사소한 문제에는 경동이도 융통성을 키워야 겠기에... 나도 이내 자리를 옮기라고 거들고 말았다...
그랬더니 이친구... 질새라...
식당바닥에 드러누워 우는데...
가슴이 아플정도로 서럽게 우는것이 아닌가... 헉~~
이런 이런... 쯧...
그래도 이미 시작한 싸움... 멈출 수 없어서...
스스로 일어날때까지 내비두었더만...
영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경동아 배고프지 않어? 일어나서 밥먹자... 이자리로 오면 선생님이 더 맛있는거 줄께... "
등등등 벼라별 소리로 꼬셔도 절대 절대 노노노~~~ㅜ.ㅜ
20여분가까이 그러고 있으니... 식당에 지나다니느 사람들에게도 미안하고...
경동이를 건너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누워있는 그친구도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야겠는데...
우리의 뚝심... 경동 군... 움직여 지질 않는다...
흑흑~ 흑흑~ 흑흑~~
결국 자기가 포기하고 일어날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그러려면 얼마를 더 있어야 할까....
일단 자원봉사 선생님께 경동이를 보라고 하고...
난 또 바쁘게 교실에 올라왔었다...
이내 아이들 양치 시키구... 잔소리 잔뜩하고...(점심시간에 제대로 할일을 안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식당에 내려가려니... 억~
경동이가 로비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우와... 나왔구나... 하고 달려가 보니...
우는 건 여전...
남자 무서운 선생님 등살에... 식당에서는 일어났는데...
아직도 서러움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또 그자리에서 꿈적도 하지 않는 경동...ㅜ.ㅜ
으~~~ 슬픔이여...
내가 우리반 친구하나를 교실로 못데리고 오는구나... 흑흑흑~~
결국 지나가는 옆반 선생님께...
의논을 했더니...
어깨 안마를 시켜보라신다...
"경동아 선생님 안마좀 해줘..."
(경동이 평소 취미가 다른 사람 안마해주기...)
어~ 근데 이친구 울면서 안마를 하는게 아닌가...
옆반 선생님..."안마하면서 나 따라와..."하니까
두발짝 움직이다 이내 멈춘다...에구구 될것 같았는데... 또 멈추는구나...ㅜ.ㅜ
어찌 교실로 데려갈거나.... 고민..진행...
근데 말이다...
오늘 이친구가... 나를 감동시켰지 뭔가...
옆반 인호가 마침 함께 있었는데...
"경동아... 인호가 많이 힘들지? 혼자 교실 찾아가기 어렵거든... 그러니까 네가 데려다 줄래?"
하는 작년 담임선생님의 말에...
하는 이말에... 1층에서 4층까지 울음을 훔치며 인호 손을 꼭 잡고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허거덩덩~~ㅜ.ㅜ
4층 인호네 교실에 인호를 데려다 주고... 다시한번 그 교실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경동...
우리반은 저긴데...ㅜ.ㅜ
할 수 없이 나는 우리반에서 제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정환이를 데리고 나왔다...
"나도 따라서... 경동아... 정환이 교실에좀 데려다 줄래?"
허거덩덩~~ㅜ.ㅜ
머뭇거리지도 않고... 경동 교실 문앞까지 와서 정환이를 문 안으로 밀어 넣는데...
ㅋ ~~
그러곤 자기는 문앞에서 문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동안 고민을 하더니
창틀을 잡고 다시 울기 시작...ㅜ.ㅜ
에구궁 아직도 안끝났구나...
ㅜ.ㅜ
결국 나는...
"경동아 점심 시간인데 양치질 해야지... "
경동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을 삼키며... 교실 안 세면대로 가서 양치를 한다...
쿠당~~
우리 아이들이 이런것을...
내가 교사인지.. 뭔지...
자리를 옮기라는 내가 원망스러워 울기만 했던 경동이...
그러고는 나를 용서해 주는 듯 했다...
사탕 하나 주니까... 삐진듯 받아 들고... 자리에 가서 앉는데... 후후...
어찌되었건... 나는 내일도 자리 옮겨 보라는 말을 해 볼참이다...
이왕 시작한 게임...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경동이...
그것만 없으면... 저 얼마나 착하고 착한 학생인가...
세상에 저 보다 더 착한 아이가 또 있을까...
후후...
밤이 되니... 낮에 울렸던 일이 더 맘에 걸린다... 서럽게 울던 경동이 얼굴이 아른 거린다...
내일은 좀 더 잘해 줘야지...
그리고 굳게 맘 먹고... 한번 더 고집을 꺾어봐야겠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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