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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이야기

교원평가 사이트를 열어본 소감

analogcafe 2010. 7. 14. 10:36
오늘 아침 출근을 하니 방학전까지 교원평가를 하라는 쪽지가 와 있다. 드디어 이 말도 안되는 평가가 시작된 것이다. 홈페이지에 링크가 되어 있어 웹방식으로 평가에 응하라고 하였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 일단 접속을 해 보았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아래와 같은 팝업창이 떴다.
 

참여하기 버튼을 누르자 학생, 학부모, 교원, 관리자 버튼이 열렸다. 나에게 해당되는 교원 버튼을 누르니 그 다음부터 설문이 시작되었다.



교장교감선생님들 이하 여러선생님들의 이름이 나왔다.그리고 그 옆에 설문하기 단추가 있었다. 점수를 매기는 기준은 5단계였고, 아래 그림과 같았다.



설문하기를 누르니 아래와 같은 문항이 나왔다. 이 문항은 기본 샘플중에서 학교마다 선택을 하여 정한다고 한다.


예상대로 황당한 설문이었다.
난 위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도 없는데 위의 내용을 평가하라는 것!!!
우리학교는 교무실만해도 자그마치 11개다. 부서별로 다르고, 하는 업무에 따라, 그리고 맡은 학년과 과목에 따라 자주 만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자주 만나는 선생님들이라고 하여도 아이들을 지도하시는 부분을 점수로 수치화 할 만큼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개인적인 생각을 위의 항목에 따라 데이터화 하고 그 결과를 평가 지표로 삼는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것인가 말이다.

이 문제는 교원평가 실시 이전부터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수치화 할 수 없는 교사의 직무를 수치화 하려고 한 것부터가 말도 안되는 발상이었다.
교사의 직무는 절대 수치화 할 수 없는 직무이다. 때문에 교원평가를 해서 그것을 잣대로 삼는 다는 것은 정말 헤괴한 발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일단 교사입장에서만 살펴 보았지만 아마 학부모 입장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면 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 학부모가 과연 얼마나 객관적으로 교사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게다가 아이의 수업을 담당하는 그 많은 교사들을 얼굴한번도 본 적이 없으면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옆자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도 학부모지만 내가 우리 아이 학교의 과목별 선생님을 어떻게 다 알고 평가를 할 수 있겠느냐, 이제 나는 신이 되어야 한다. 학부모가 모든 것을 따 꿰 뚫는 신이 되지 않고는 도저히 평가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

우리나라의 대책없는 교육정책들에 정말 피로감과 좌절을 느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갈 것이다.
교원평가를 실시하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발상의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학기말이라 안그래도 바쁜데 이런 일로 스트레스...

아, 다시 수업에 들어갈 시간... 시간이 없어 더 쓰지도 못하겠다.
일단 맥빠진 나의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과 즐겁게 만날 수 있으니...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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